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발전은 세계인들이 불가사의한 일이라고들 한다. 40여년의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1945년 해방되자마자 이념의 차이로 38선을 가로지르는 철책이 설치되고 1950년 동족상잔의 비극이 한반도를 덮쳤다. 우리들의 부모는 생계와 경제성장을 위해 일했고 자식들을 교육이라는 미명으로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빠른 경제성장의 부작용이 교육현장과 사회의 곳곳에서 1990년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14살의 은희. 사춘기와 메말라가던 교육지상주의의 희생자인 은희는 1990년대 우리의 중학생들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짧지만 강렬한 색체로 그려낸 1990년대 소외되고 외로움에 지친 사춘기 여학생 은희는 여린 듯하지만 혼자 병원도 다니는 강한 학생이다. 가족으로부터 소외당해 울고, 친구의 배신으로 울고, 후배의 배신으로 슬퍼하는 고독한 우리들의 90년대를 대표하는 여학생 "은희".
방황의 끝을 찾아 떠도는 은희는 학업지상주의의 사회에서 정처없는 나그네같다. 계단에서 남자친구와 키스도 해보지만 허전함을 메울수 없고 외로움이라는 갈증도 해갈할 수 없다. 담임 선생님은 '서울대' 및 'SKY'를 노래하는 대표적인 학업지상주의의 대표였으며, 학원에서도 가정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은희는 이방인이다. 영화로서 '벌새'는 전 세계 영화제에서 59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벌새는 320여종이 있으며, 새 중에 가장 작은 새이지만, 혼자 생활하며, 겁이 없는 새이다.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은희는 사회에서 소외된 작은 여학생으로 홀로 생활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위안을 찾아, 꿀을 찾아다니는 고독한 소녀는 한문학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영지 선생님에 반하고, 영지는 은희를 학원생을 떠나, 친구로 사귄다. 사회의 부조리와 무모함에서 벗어나도록 충고도 해주고, 함께 웃고, 울어대는 언니 동생처럼. 그러나, 영지는 성수대교의 붕괴의 희생자로 은희곁을 떠난다.
1990년대 대한민국의 발전의 이면에 곪고 있는 교육의 불완전과 발전의 모순이 성수대교의 붕괴와 사회의 변화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자의 죽음으로 은희는 성숙해진다. 우리의 10대들에게 아름다운 동행의 기억을 되살려 이땅의 또 다른 10대들에게 삶의 희망과 소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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