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작가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 언니>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써 내려갔던 소설인 반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작가가 직접 체험하고 느끼면서 소설화시킨 체험적 소설이라 볼 수 있다. 삶의 소설, 생명의 소설, 살아있는 소설로서 작가의 말대로 인생을 아는데 평생이 걸리고, 죽음을 아는데 평생이 걸린다고 했듯이, 삶의 가치와 죽음의 의미를 무게있게 다룬 작가의 고뇌는 감탄할 정도의 깊은 내면의 고독과 환희를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각 장마다 블루노트 형식의 편지글의 삽입도 독특한 기법으로 멋진 발상이라 할 수 있겠다.
세 번의 자살미수에 그친 문유정, 그녀는 사춘기 시절에 사촌 오빠에게 당했던 슬픔을 엄마에게 조차도 위안받지 못하고 삶과 축음의 갈등을 안고 유학을 다녀오고 교수직에 있지만, 한 때는 가수로서의 "희망의 나라로"를 불렀고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불렀던 "애국가"로 인하여 수녀인 모니카 고모에 의해 살인범을 통해 삶의 가치와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는 평범 속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사촌 오빠에게 당한 슬픔을 엄마에게 조차 거부되어 엄마와 갈등속에 삶과 죽음사이에 방황하게 되는 문유정은 살인범을 뒷바라지하는 수녀인 고모와 함께 살인범 윤수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한 때는 이 세상의 모든 악한 사람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그녀는 사형폐지론자가 된다. 그녀는 삶을 알고, 어둠 속에서 빛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은 원죄의 인간에게 적용되는 한 편의 소설일지라도 때로는 나무가 숲을 지배할 수 도 있는 이치를 이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삶의 가치, 인간의 가치를 몰랐던 그녀는 남 때문에 울고 남 때문에 가슴앓이 하는 그런 인간의 정을 회복해 간다. 문유정이라는 이름조차도 정을 회복하고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한 여인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건전하며 사회의 구조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회고발성 소설이 아닐런지.
살인범이 아니지만 구태여 누명을 벗고 싶은 마음없이 죽음을 초연히 받아들이는 윤수, 그는 어린 시절 가출한 어머니, 알코올 중독자가 된 아버지, 아동학대의 전형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성장할 수 있는 윤수와 그의 동생 은수를 통해 사회는 올바른 가치관을 통해 성숙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진리를 두 형제로 부터 보여준다. 나쁜 품질의 포도에서 좋은 포도주를 만들 수 없고, 좋은 품질의 포도로 부터 좋은 포도주가 나온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고 하는 군 생활에서도 역시 그렇다. 구타 받았던 하급병이 상급병이 되었을 때 구타하는 사례는 흔하다. 우리는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수 도없이 들어왔다.
순자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부터 가지고 있는 감성적인 욕망에 주목하고, 그것을 방임해 두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악이라는 것이며, 따라서 수양은 사람에게 잠재해 있는 것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가르침이나 예의에 의하여 후천적으로 쌓아올려야 한다고 하는 성악설을 주장했지만, 맹자는 모든 인간의 마음에는 본래 선에 대한 가능성이 내재해 있다고 하여 훈련을 통하여, 즉, 교육을 통해 인의예지라는 유교적 가치관에 의한 덕목의 싹틈이 인간자연의 본성으로서 내재해 있다고 하는 성선설을 주장하였는데, 윤수의 눈을 통해 보면 인간의 본성은 맹자의 성선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악으로 물들어 가는 윤수를 보면서, 세상의 악, 세상의 모든 범죄자들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초래된 자승자박의 결과일 수 도있다 , 인간이 만든 로봇에 의해 인간이 지배될 수 도 있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것은 우연의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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