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 단편으로 조선 숙종때의 황해도 인근에서 일어난 민란의 이야기를 소설로 그려낸 황석영 작가의 <장길산>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과 함께 민중들의 삶을 서향으로 담아낸 장편 소설이다. 오쳔 년의 역사속에 삶의 희망을 민초들에게 심어놓은 작가의 고뇌와 의지에 이 책을 들었다.
도망치던 노예로 부터 길산을 받아낸 장충은 길산을 길러냈고, 광대로 성장하며 민중들의 고달픈 삶을 구하고자 의적이 되고 헐벗은 백성들을 구휼하기위해 일어선다. 관군의 토포로 그의 가족과 구월산 식구들을 처참하게 잃으면서도 대의를 생각했다. 그의 생부를 찾았지만, 고승이 되어있고, 그의 아내는 우물에 투신한다. 숙적인 군수가 된 최영기와의 결투는 귀족과 천민의 결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고 이 싸움이 상징하는 바는 조그만 불씨가 민주주의 도화선이 되고, 신분차별 운동의 시작이라 할 수있다. 들불처럼 일어나는 활빈당은 먼 훗날 대한민국의 횃불의 서광이다. 소크라테스는 감옥에서 제자들이 달아나라고 했지만, 악법도 법이다라며 사형당하지만, 우리의 조선은 양반은 10%, 중인은 15%, 일반 평민과 천민들은 75%에 달한다. 국가의 위기에는 오히려 천민들이 앞장서 일어섰고, 양반들은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정치가 문란하고, 관리들의 수탈이 심할수록 민초들의 저항은 심했다. 하루 하루 살아가기에도 힘겨운 우리의 선조들은 외부에서는 잦은 왜구들의 약탈과 내부에서는 갖은 수탈에 고향을 등지고 도적이 되는 일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5천년을 이어온 배달민족의 앞날은 어디선가 백마타고 오는 초인으로 하여금 세상을 빛낼 대제국 코리아가 되기길 갈망한다.
"장길산에 부쳐" - 소금빛향기
새하얀 구월산
희망의 탯줄은 민초들의 꿈이라
전설이된 수회천의 결
민주주의 씨앗이 되어
토포군의 전리품된 처연한 모습
발가벗긴 차가운 영혼은 귀신보다 차갑다.
짓밟히는 치욕이 서러워
우물에 던진 의연함이여!
굶주린 시체는 떠돌아
해골은 장백산 골짜기에 흩어져
가슴에 새긴 연비 "길"자에 사랑묻은
비구니 묘옥은 조선의 암울한 표상
반상의 철폐를 외친 민주주의 선구자
민중의 희망으로 도솔천에 오른다.
장길산을 집필하고 북한의 구월산에 다녀온 황석영 작가는 적성국가의 출입으로 구속되었던 사건이 생각난다. 전 10권을 읽으며 그의 집념어린 집필활동이 얼마나 치열하고 열성적이었는지는 곳곳의 지명과 산이름에도 나타난다. 가평 현등사, 한북정맥의 들머리 추가령, 묘적사와 안성 청룡사 등 다양한 지명과 토속어로 읽는 내내 신비롭고 감탄하곤 했다. 그 분의 또 다른 장길산을 집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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